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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가 너무나도 조용하게 사라져버리고 있었다200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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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004년 9월 30일 목요일 p.m.
생각할게 너무 많았다. 전부터 우울함의 시작주기였는데, 이 일이 '쿵' 해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난 변수가 다량으로 개입하는 함수가 너무 싫다. 폭풍이 불어닥친 기분.
난 일방적으로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이 싫고,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이 제일 싫다.
그런데 그 두가지 다 완벽하게 꽝인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속이 좀 시원했다. 내 어깨를 누르던 짐을 벗어던져버린 기분이었으니까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중요한건 그 후의 나에게 던져진 말 한마디.
난 그 동안 쌓아온 일들의 일부를 털어놓았을 뿐이었는데, 마치 내가 제일 나쁜 놈이 되어있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의 인생에 관심을 끊겠다는 나의 말에 돌아온 답변은-
내 평생 지워버릴 수 없는 상처였고, 비수였고, 거의 땅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한동안 침묵했고, 한동안 변명했고, 한동안 다시 침묵했다. 그리고 지금껏 침묵.
나는 요새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듯한(!) 착각 아닌 생각에 빠져있으며,
그동안 내가 애써, 정말로 애써 지켜왔던 내 존재는 무의미함을 느꼈다.
원인은 어디 있을까- 고민해보다가. 착한척하는 착한아이증후군이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2 - 2004년 10월 1일 금요일 a.m~p.m
명륜 성균관에 놀러갔다. 누군가를 만나 내가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먹고 있었다.
그때 난 거의 입밖으로 튀어나올듯한 말을 발로 지근지근 밟고 있었고, 꾹꾹 눌러담았다.
그때 난, 나의 기분은 '제발 누가 나 좀 주워가줘요' 였다.
어제의 우울함(땅이 꺼져 내 존재가 사라져 버리는 듯한)을 제발, 어디다가 호소해야 했다.
다행히, A&N이 날 구원해주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따라 산길을 걸었다.
난 어제 있었던 거의 모든 얘기를 몽땅 꺼내 A&N의 등에 반쯤 얹어 주었고 A&N 또한.
이야기를 반쯤 토해내고 나자, 한결 기분이 나아졌고 그제서야 산길과 삼청동을 느꼈다.
부엉이 박물관은 꼭 1번 가봐야지, 나중에 카메라 갖고 다시 한번 와봐야지...
오늘은 정말 A&N에게 고마웠다. 정말, 정말, 정말.... 날 이상한 나라에 데려가준 것 같았다.

3 - 2004년 10월 1일 금요일 p.m
걷다보디 경복궁이 나와서 (정말 오래도록 걸었다), 파이릿에게 전화를 했다.
파이릿의 학교에 간 후, 도서관을 둘러보다 책사랑 갤러리란 곳을 발견했는데-
옛날책 (한문+언문) 들을 전시해놓은 곳이었는데,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좋더라.
우리의 집결지, K.F.C에서 둘이 함포고복할만큼의 세트메뉴를 시켜놓았지. 무한대 얘기 시작.
늘 특정한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데도, 그 사건에 대한 해결책을 도움받게 된다.
좋은 친구와의 만남은 늘 기뻤다, 기뻤다. 늘 그자리에 있어주어 고맙다. 늘 변하지 않기를.

4 - 2004년 10월 1일 금요일 밤
오늘은 그래도 다행이었다. 목요일보다는 금요일이, 금요일보다는 토요일이-
기분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다 잊어도 그 말 한마디만은 못 잊을 테지만.
돌아오는 길에 한강의 검은물결을 보았는데, 러버스 키스의 내용이 생각나버렸다. 제길.
참고 참고 또 참았다. 오늘 세 친구와 얘기할 동안 눈물이 쏟아져나와 버릴 것만 같았다.
누가 톡 건드리기만 해도 수도꼭지가 되어버릴 태세였다. 정말 그러하였다.
정말 이렇게 참다참다 만수 말대로 참깨가 되어버릴 것만 같다.

덧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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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참고참고 또 참은 눈물이, 오늘 반올림을 보면서 대량으로 쏟아내어 버려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천계영의 DVD에 자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방안구석를 청테이프로 꾹꾹 눌러막은 다음, 참고 참은 눈물을 쏟아내어 그 눈물에 익사하는 방법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 정말 이번만큼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2004/10/02   

  kritiker
슬픔의 무게는 몇 그램일까   2004/10/04   

  헤드위그
.......이만큼...   200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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