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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핫 Track.02 - Paint It Black200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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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02- Paint It Black

인간이 싫다. 그중에서도 남자가 싫다. 특히 중년남자가 싫다. 나르시즘에 빠진 중년남자는 단연 최악이다. 덧붙이자면 이쁘고 골빈 여자들도 싫다. 세상은 밤처럼 새까맣고 작은 불빛조차 드물다…이렇게 살면 되는거야. 꼴보기 싫은 것들은 보지도 듣지도 말고. 세상을 차단하자. 귀에서, 눈에서. 필요하다면 숨도 쉬지말자. 인간관계 따위는 믿지 않아. 한 인간과 다른 인간의 진정한 공감이란 것도 믿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공감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뿐이야. 혼자 서기엔 너무 나약하므로, 자신의 감정과 혼란을 타인과 함께 짊어져 보려는 거지. 그런데 왜...? 난... 뭘 바라고 있는 걸까. 어째서 영전 언니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걸까... 변하고 싶은거야, 김동경? 아니야... 그러고 싶지 않아. '그들'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어떤 쐐기도 필요치 않아.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또 보고, 또 바라보지만- 내 눈에 맺혔던 그 모든 영상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느 책에서 봤던 것처럼- 그 영상들 역시 다른 모든 빛과 마찬가지로 빛의 속도로 끝없이 뻗어나가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뛰어난 시력과 장비를 갖춘 외계인이 있다면 언젠가는 그 영상을 몇백광년 떨어진 어느 곳에서 잡아서 볼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는 그 영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다른 세계 다른 시간에 존재하던 어떤 생명체에게 있어서- 그 영상들이 가슴이 시릴 정도로 소중한 것들이었다는 것을, 그는 짐작할 수 있을까. 그 모습을 보기 위해서- 단지 바라보기 위해서 어떤 기분으로 고개를 들고 눈을 돌렸는지, 그는 상상할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그 영상들이 어디로 날아갔든지 간에... '진짜'는 내 안에 있다 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이 순간 이 순간 그 자체로서 영원하기를...

성표 오빠가 부러웠다. 피곤할때 무릎을 빌릴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영전 언니가 그런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아마... 난 결코 이 사람과 이런 사이가 될 순 없겠지. 왜냐면 난... 절대로 이 사람한테 기대려고 하지 않을테니까. 이 사람한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은 절대 참을 수 없을 것이므로. 그래서, 이 결벽정은 일종의 벽 또는 장애물이 된다. 상대 쪽에서 기대오지 않는 이상,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이다.<너, 왜 계속 나를 봤지?> 그때 영전 언니의 눈은 묻고 있었다. 만일 그걸 소리내서 물었다면- 난 대답했을 것이다. '보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라고. 어쩌면 내가 말로 하지 않았음에도 영전 언니는 내 대답을 알아 들은 것 같았다. 강하지 않아... 난 하나도 강하지 않아요. 오기와 자존심으로 버티고 있을 뿐- 그때 내 마음은.. 울고 싶고 매달리고 싶었다.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내 입에서 나온 것은- 그래... 이것이 내 성격이자 운명이며- 나란 인간이 지금 서 있는 곳의 좌표이다.

나는... 한번도 그녀가 '다른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내게는 있는 그대로의 그녀가 충분히 아름다웠으므로. 그러나 영전 언니는 내게 '너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떠났다. 그래서 나는 작은-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그 고통은, 내 심장에 생긴 일종의 염증과 같았다. 그것은 그후로도 나를 떠나지 않고 계속 붙어서, 때때로 쿡쿡 쑤셔 대며 자신의 존재를 상기시켜 주었다. 그래, 그녀는 내 <쐐기>가 될 수 없었다. 만일 내가 손을 뻗었더라면 그녀는 잡아주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므로. 그러나.. 또한 결코 나를 이대로 놓아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손을 잡고 - 나를 내 세계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겠지. <그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했겠지. 그렇지만 내겐 그럴 마음이 없었다. 아무리 그녀를 사랑해도, 그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쩌면 조금 슬펐을지도 모른다. 사랑으로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또는,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그건 사랑이 아닐것일까. ...나에게 해답은 없다. 그러나, 세상의 일반 볍칙에 대해서는 알고있다. 뭔가 얻기 위해서는 다른것을 버려야 한다는. 그러니까.. 아무것도 버리지 않으려고 하면서 뭔가를 원한다는 것은. 정말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안이한 발상일 뿐. ..그래서 난 어쩔수가 없었던 거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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