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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Sympathy For Lady Vengeance, 2005)200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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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STARRING

 

이영애, 최민식, 김시후, 권예영, 남일우, 오달수, 이승신, 김부선, 라미란, 고수희
오광록, 임수경, 류승완, 유지태, 강혜정, 윤진서, 송강호, 신하균

DATE &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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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자씨의 친절함을 처음 맛본 곳은 CGV 매표소 앞 :) 금자씨를 보려는 사람은 은행표를 뽑지 않고도 예매 데스크탑에서 특별히 표를 일찍 끊을 수 있었다. 영화시간이 임박한 조조영화였기 때문이니라 여겼는데 내가 영화 다 보고 나온 늦은 오전시간에도 여즉 그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여전히 <웰컴투동막골>은 매진일색이었던 반면에 <친절한 금자씨>는 꽤나 널널해서 기분 좋게 봤다. 일어난지 30분만에 부스스하게 대충 챙겨입고 나왔는데도. 바람이 너무나 시원해서 기분이 한결 좋았던 탓도 있었겠지만.

오프닝의 그 깔끔하면서도 흐르는 듯한 구성이 금자씨 다워. 무채색에 빨간 포인트가 있는 그 구성스타일. 오프닝을 좋아하는 이유의 한 50%는 거의 타이포그래피 때문이었지만 웬지 <장화, 홍련>의 오프닝이 떠오른다. 2학년땐가 영상의 이해 수업 들을 때 그 교수님은 배우들이 구구절절이 대사로 영화플롯 읊는건 3류영화라 하셨다. 그 분은 미장센이라는 단어를 1시간동안 100번도 더 말씀하실만큼 메타포를 중요시하셨으니까. 그렇지만 난 금자씨의 친절한 설명이 좋았다. 사실은 이러이러했노라고 무덤덤하게 근식(김시후)에게 털어놓는 장면에서 금자씨의 남의 일인양 무심한 듯 내뱉는 어투가 좋다.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던 제목(마녀 이금자 라던가)에서 <친절한 금자씨>로 옮겨왔다. 금자의 감방동기들은 모두 하나같이 금자 보고 변했다고 한다. 오수희(라미란)의 언니 옛날에는 말도 소곤소곤 잘하고 그랬잖아 혹은 우소영(김부선)의 얘 왜 이렇게 변했니 등등 금자의 변화에 대한 조심스런 코멘트지만 그것은 모두 '친절한' 금자의 변화에 대한 질타이다. 실은 이들이 본 금자의 모습은 아마도 모두 금자의 계획이었을텐데 말이다. 금자의 계획은 13년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13년 - 그러니까 처음에 질질 짜고 '지랄'하던 것까지 원대한 복수계획에 일부일 수도 있다고 하니까 금자가 더욱더 애잔해지는 내가 비정상인가 후훗.  외면으로 꾸며진 친절함의 희생자는 거짓친절을 당한 사람이 아니라 거짓친절을 베푼 사람이다. 이 경우 친절함을 베푼 사람은 - 예를 들어 착한 사람이 아닌데 착한 척 해야 하는 사람은, 그리고 그게 성격인 사람은 - 괴롭다. 늘 뭔가 한겹 입고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또 그걸 원하니까. 금자는 내면으로부터 복수로 다진 친절을 무기로 내세웠기 때문에 본인은 그다지 신경쓰는 것 같진 않지만.

영화에는 불친절한 조력자들도 많이 나오는데, 오광록은 뭐 거의 대놓고 나오니까 패스. 강혜정과 윤진서는 워낙 순식간에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뛰어난 미모들 덕분에 캐취가 어렵지 않았다. 특히 윤진서가 '아 친절한 금자씨' 라고 대사 한마디 치고 빠지는건 재밌어 죽는 줄 알았다. 마음에 안 드는건 유지태, 이우진이 살아돌아왔나 싶을 정도로 눈에 띄게 복수삼부작임을 알려주어서 별로였다 - 그리고 원모의 유령이 성장했음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유지태였다. 기억에 남을 만한 카메오는 단연 송강호와 신하균이었다. 특히나 금자가 신하균을 죽이기 위해서, 정확히는 자신이 가진 사제권총의 비거리를 맞추기 위해서 눈길을 헤쳐 뛰어가는 장면은 너무 멋져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참, 류승완은 못 찾았다 (수족관씬에서 잠깐 지나간다고 하더군). 모두 이 영화가 복수 삼부작 일원임을 철저히 깨닫게 해주려는 듯 보인 카메오들.



어설프게 재밌으려고 하면 다친다. 심각한 영화에 소소한 유머는 늘 재미있고 꼭 필요하다 - 는 공식이 영화판 전체에 성립되어 있는 것 같지만, 저 공식에 들어맞는 영화를 제대로 찾기란 어렵지. <친절한 금자씨>에선 소소한 일상에서의 작은 미소나, 스쳐지나가는 유머들도 복수를 품는다. 그 미소들도 참으로 뭉클해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도. 주인없는 집앞 계단에서 귀신처럼 갑자기 나타나는 목사에게 (이 장면에서 나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당당히 법구경을 펼쳐들며 '저 개종했어요'를 외치는 금자나, 락스를 밥에 눈에 띄게 뿌려서 교도소 마녀를 죽이는 장면에서 '밥 많이 먹고 빨리 죽어'라고 자연스레 말하는 금자의 표정이 뭉클하다. 입가엔 미소가, 눈가엔 눈물이 - 광고문구처럼 내 감정이 변해 버린 곳은 제니가 쓴 편지를 금자가 읽을 때 - '영한사전 어딨니' -를 한숨 쉬며 내뱉는 금자씨를 봤을 때.

벌써부터 인터넷엔 금자씨 어록 베스트 5가 돌아다니고 있고, 그 중 1위는 당연히 '너나 잘하세요' 다. 근데 막상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대사는 찾을 수가 없었다지. 백선생의 '사모님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에 반박이라도 하듯, 금자가 눈물을 흘리면서 제니에게 고해성사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도 백선생의 통역을 통해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 하지만 죄를 지었으면 속죄해야 하는거야. 속죄.. 알어?' 후... 금자가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복수와 자해를 결심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꽤나 아팠다. 아마도 옆자리에 앉은 커플들은 훌쩍 거리는 나 덕분에 애정행각에 꽤나 방해를 받았나보다 이상하게도 조금 있다가 둘이 세트로 나가서 안 들어오더라. 마지막 엔딩도 너무 마음에 들어 큰일. 금자가 두부케이크에 머리를 박고 고통스러워 할 때 옆에 제니가 있어주어서 다행이야 - 라고 생각했다. 이 잔인하지만 나름대로 서정적인 영화의 OST도 너무 좋다. 후후 - OST는 조영욱이다. 조성우도 좋지만, 조영욱도 만만치 않게 좋다. 조영욱은 <혈의 누>, <발레교습소>, <올드보이>, <클래식> OST 작곡가 하핫.



금자씨 홈페이지에서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를 보다가 이런 문답을 봤는데, 나는 이 문답 한세트가 이 영화를 가장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했다. Q. 복수라는 것이 윤리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계속해서 복수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인가? A.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사적인 복수는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 속에서 윤리적 한계선을 넘고 그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에 흥미가 있다. 복수의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나는 심정적 딜레마는 매우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치열한 감정이 재미있다. - 백선생에게 복수를 하는 그 장면에서 금자가 백선생의 두 발을 쏘는 그 장면은 딜레마를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 딜레마마저 땅속에 누운 백선생에게 총성 소리를 듣게 하면서 날려 버렸지만 - 나도 그런 치열한 감정이 재밌어 미칠 지s경이다. 그리고 야금야금 내 감정 소진하게 하는 박찬욱 감독이 참 얄미우면서도 좋다. 애증 이것은 이 영화에 대한 내 느낌 한마디.

장금이의 환한 미소가 잊혀질만큼 이영애는 완벽히 금자씨가 되었다. 이영애? - 좀 무리지 않을까 - 라고 생각했던 점 개인적으로 죄송스럽다. 얼굴 찡그리며, 이를 악물며 우는 장면도 어쩜 그리 금자틱하게 연기하시는지. 음 정말 잘했다. 냉장고나 아파트(?) CF 이미지보다, 복수 절정에서 보여준 그 반토막 패션이 이영애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윤계상의 군입대 때문에 근식 역으로 캐스팅 된 김시후도 예상외로 자연스러웠다. 휘파람 휘휘 불면서 금자씨를 따라가던 골목길 어린 청년은 능글맞기까지 했으니까. 그밖에 실제론 귀엽디 귀여운 고수희나, 백선생의 목에 가위를 꽂은 할머니나 모두 두려움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서 칭찬 한마디 잘했다. 유지태가 좀 아쉽긴 하지만 영화의 별점평균을 낮출 만한 아쉬움은 아니다.

네이버 지식IN에 '돈이 아까워 비디오 용이야' 라고 리플 단 사람 허허 미안하지만 밉다 -_-; 그렇지만 뭐 감상은 다분히 주관적인 거니까. 아! 또한 네이버에 '불친절한 찬욱씨, 박찬욱의 대관객 사기극'이란 리뷰가 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 대해 그다지 좋은 시선은 아닌지라, 리플 논쟁이 엄청나다. 슬프게도 대부분은 이 글에 동조하는 리플이다. 그런데 이 글에 대한 반박리플 중 - 너무 올드보이 같은 같은 것만 보셔서 눈이 높아지신게 아닐런지요 - 란 리플이 있는데. 난 이 영화에 대한 비난이 많은 것도 놀랐지만, 저 리플엔 더 놀랐다. 난 <올드보이>보다 <친절한 금자씨>에 내 한몸 희생하고 싶은데 말이다. <올드보이>는 한번의 충격과 고난으로 영화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며 나 또한 <올드보이>는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친절한 금자씨>는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또 보고 싶다. 또 보고 싶다..


덧글 8개

  J.Yun.Lena
영화를 다시 보는 기분이고나 ㅎㅎ   2005/08/22   

  헤드위그
넘 길게 썼고나 ㅎㅎ   2005/08/22   

  J.Yun.Lena
아니, 좋아^^   2005/08/22   

  겨운`
우와. 길다.. 나도 또 보고싶다에 한표. (사실 난 두번 봤어.) 두번보면 더 좋아.ㅋ
참! 그리고 조영욱 음악감독은 번지점프를 하다도 있더래요~ 음악 좋아.좋아.
매번 눈팅만 하다가... ㅋㅋ 글 잘 읽고 가~   2005/08/22  

  김애란
언니 글을 읽으면 한 번 봤던 영화를 정리하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아...
나도 또 보고싶어.... 올드보이보다 더 좋았거든... 근데 별로 였단 주변사람이 의외로 많아서... 조금은 놀랐어...   2005/08/22   

  헤드위그
아니 이 스토커들. 나도 오늘 사람들이랑 이 영화 얘기 두 팀하고나 했는데 모두 별로였다가 대세 흐흣.   2005/08/22   

  sunny
네이버 리뷰는.. 사실 대부분이 .. 쓰레기에 가까울 정도로 갈겨쓴게 많더라구요.저도 보다가 화만내다 나왔다지요.   2005/08/23  

  헤드위그
후후 릴랙스 :) 그래도 오늘 마음 맞는 사람을 발견해서 둘이 좀 떠들어서 마음이 좀 풀렸어요 ㅎㅎ   200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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