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도들의 풋풋한 이야기! - 드라마 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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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민재와 시공간의 싸움

2004년 4월 25일에 제 블로그에 썼던 글입니다.




어느날 당신이 일어났을 때, 주위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면? 사라진 사람들을 나만이 기억하고 있다면? 또 친한 친구조차 자신을 모른다고 말한다면?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 미스터 동아리 회원 강대욱이야. 정말 아무도.. 몰라?" 제일 처음 사라진 사람은 대욱이입니다.



그리고 마이클과 지민이, 해성이도 사라지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두 알지 못하죠. 자현이와 경진이, 정태, 지원이 모두 다 민재를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정태와 경진이는 민재를 도와주려 하지만, 민재는 이제 그들마저 귀찮아하게 되어 버리죠. 만수가 사라지고, 민재는 이제 이런 현실에 적응하려 합니다. 포기하려는 민재에게 정태는 자신이 없어져도 포기할거냐며 화를 내게 되고, 다음날 정태마저 사라집니다. 지원이는 심지어 존재하긴 하지만, 민재를 모른다고 말합니다. 끝까지 민재를 도와주려는 경진을 외면하는 민재. 경진이도 마침내 없어지게 되고, 민재는 허탈해서 오리연못 앞에서 서성이게 되는데 그런 민재앞에 피리가 다시 나타납니다.

<실종>편은 카이스트를 통틀어 가장 긴장감이 넘칩니다. 거의 소름이 끼칠 정도죠. 지금까지 직설법을 쓰며 교훈을 전달하던 드라마가 갑자기 은유와 상징을 퍼부으며 철학을 가르치게 됩니다. 등장인물들이 이처럼 철학적 대사를 남발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과학적이면서도 비과학적인 요소가 공존하기도 하죠.



그 중 하나는 정태가 민재에게 들려주는 웜홀이라는 얘기인데요. 웜홀은 무수한 시공간의 차원을 연결해주는 통로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경진이도 하죠. 경진이가 얘기하는 평행우주론에 따르면 우리에겐 무수한 선택지가 있고, 그 선택에 따라 갈라진 현실이 '동시간'에 다른 차원으로 공존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신문에서 평행우주론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굉장히 재미납니다. 여기에서 보세요.

<실종>에는 참 많은 은유법이 쓰이는데 그 중 하나가 피리입니다. 랜덤프로세스 시간에도, 마지막에 '마법'이 풀릴 때에도 마법의 피리는 항상 민재의 곁에 있죠. 가장 먼저 들리는 피리소리는 민재의 기억을 왜곡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민재가 피리를 붐과 동시에, 민재는 대욱의 생일파티 때로 돌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민재는 다른 선택지를 고르게 되죠. 피리보다 조금은 숨겨진 은유가 있는데 바로 장자의 나비입니다. 민재가 피리로 연주하던,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연주되던 동요는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였습니다. 장자의 나비 얘기는 다들 아실테고, 확실히 민재는 현실에 의문을 가지게 되죠. 그리고 민재는 생각하고 회의합니다. 대욱이가 그리고 내가 아는 애들이 세상에 있든 말든 세상은 그냥 굴러간다며 포기하게 되죠. 정태는 그런 민재의 말을 비겁한 행동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민재는 자신이 친하다고 여기는 이들에 대해 정작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헤겔식으로 근사하게 말하지 않아도 어떤 기분인지 아시겠지요? 민재는 친구들이 없어졌다고 난리를 치고 있지만, 그들의 존재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에 대해 내려진 형벌인 셈이지요. 자, 여기서 잠깐 생각해봅시다. 우리의 존재를 규명해주는 것은 누구지요? 데카르트의 말대로 나 자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틀린 답입니다. 내가 존재한다는 명제는 친구들, 주변 사람들에 의해 참이 되는 것입니다. 타인의 실종은 곧 자신의 실종입니다. 민재에겐 존재론 문제 외에 또 하나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습니다. 실종이란건 두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존재의 실종, 또 하나는 시간의 실종입니다. 시간이란건 인간의 발명품이고, 인간은 시간을 써야지 시간에 지배당하면 안된다는 것. 민재는 반성하고 느긋하게 피리를 붑니다. 휴... <실종>이 이제 마무리 됩니다. 적어도 나를 잊고 살지는 말자는 것. 왜곡된 선택지를 선택하지 말자는 것.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망각의 행복'이 나을까요, '기억의 형벌'이 나을까요.
저는 '기억의 형벌'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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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겉멋 들었을 때 쓴 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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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수 긴장감 하니 떠오르는 에피소드는 2화<해커와 크래커>입니다. <카이스트>는 기존에 박진감 넘치고 화려하다고 알고 있는 볼거리들을 배제하면서 참신함 줄거리 전개만으로도 때때로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일궈냅니다. 해킹이라는 그야말로 참신하기 짝이 없는 소재나 과학 퍼즐 풀기(<게임의 법칙>1,2)같은 것을 활용해서 말이죠.

2007/11/01 - Delete
서동수 <카이스트>가 진부한 것과는 선을 긋겠다고 작정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또다른 에피소드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피소드 입니다. 공포영화 시즌인 여름에 맞게 공포를 드라마 소재로 채택한 것은 일반적인 흐름을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대학 내의 어떤 인물이 억울한 일을 당해서 그 원한으로 귀신이 되었다는 흔한 이야기로 전개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학생이 비교적 간단한 과학 장비를 이용해서 가짜로 귀신을 만들어내는 장난을 쳤다거나,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이 되살아남으로서 귀신으로 보인다거나 하는 것은 정말 참신했습니다.

2007/11/01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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